"정관수술 보험 안되면 낙태 때문에 여자만 고통"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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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원장
이주성원장
“정관수술에 대해 보험적용을 안한다고 인구가 늘어날까요? 오히려 낙태가 많아져 여자들의 고통만 커질 겁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정부의 ‘정관수술 보험적용 폐지’대해 “국민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고통만 주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잘못된)정부 정책에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한편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정관수술을 무료로 시술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18년째 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성(54)씨는 최근 자신의 병원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부가 정관수술을 보험적용에서 뺀 이유는 수술비가 비싸면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인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단세포적인 생각에서인데, 여기에 동의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분노의 마음이 생긴다”면서 “불쌍한 국민들을 이리저리 몰고 가지 말고, 멀리 보면서 국민의 인격을 생각해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자녀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정관수술 때문이 아니라)살기 힘든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싫거나 자녀 양육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기 때문”이라며 “무한경쟁 사회,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절망의 사회, 이 힘든 세상을 후손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절박감이 (젊은 부부들이)자녀를 갖지 않는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관수술을 보험적용에서 제외하면 국민들이 더욱 고통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단 수술하는 사람이 줄어 임신은 많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인구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보다는 불법 낙태가 늘어 국민들, 특히 여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려 할텐데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과연 축복을 받을 것인가?”고 자문한 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희망이 보이고 삶이 어렵지 않으면 자녀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연히 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동욱 보험급여과장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낙태는 엄연히 불법인데 정부의 정책에 반해 불법행위를 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면서 “시대의 상황에 따라 정책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다시 보험을 적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출산억제를 위해 가족계획사업을 시행하면서 정관수술을 권장해 보험을 적용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출산을 장려해야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배제하게 됐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정관수술 등 피임을 위한 각종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거 2만5000원대이던 수술 비용이 30만원대로 10배이상 올랐다. 이때문에 지난달 전국의 비뇨기과는 미리 정관수술을 받기 위한 남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주성씨 글 전문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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