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봉사활동 어떻게]외국인 노동자 돕다 보니…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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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하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일이라도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서울 광남고 1학년 유지훈군(16)은 지난해 4월부터 일요일마다 서울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역시 무보수로 봉사하는 의사들의 지시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의 혈압을 재주거나 약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짐을 옮기거나 청소를 하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뉴스에서만 보던 외국인 노동자를 처음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둡고 그늘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만나보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더라고요.”

광진구 광장동 유군의 집에서 동작구 신대방동의 봉사센터까지는 1시간가량 걸린다.

공부하기에 시간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녁 때 집에 와서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많을 때면 잠깐 앉을 틈도 없이 바쁘지만 형 누나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워 일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유군은 말했다.

1년에 2, 3번은 특별봉사를 하는데 외국인 마라톤대회에서 진행요원을 맡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 강제 추방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커피와 차를 타주기도 했다.

“한겨울에 비까지 오는 집회 현장에 하루 종일 서 있으니 추위에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서툰 한국말로 연방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제가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해졌어요.”

유군은 중학교 때는 지하철역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대충대충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봉사활동 실적 시간을 늘려 적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유군은 “헌신적으로 일하는 의사선생님과 형 누나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대학생이 되면 해외봉사활동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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