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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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이용해 수능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의 처벌 수위를 놓고 교육계와 누리꾼(네티즌)들의 논란이 뜨겁다.

26일 경찰은 사건 주동자 12명을 구속한데 이어 수사를 ‘수능 부정 대물림’과 ‘대리시험’ 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사법부도 사건을 주도한 학생들에 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능不正 학생들 처벌 어떻게 해야하나(POLL)

교육부는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올해 부정행위 가담자 전원에 대해 수능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내년부터는 부정행위자의 응시자격을 향후 3~5년간 제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법당국과 교육부가 강력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교조와 한국교총은 “우리도 죄인" 이라며 "나이 어린 학생들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또 광주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엔 누리꾼들이 ‘동정론’과 ‘엄벌론’으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어린 학생에게 평생 낙인을 찍어서야…”▽

전교조는 25일 성명을 통해 “한 때의 판단 잘못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찍히게 될 학생들을 생각할 때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견디기 어렵다”며 “모쪼록 그 학생들에게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전교조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정한 수사와 응분의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행 대입제도 시스템과 감독교사, 감독관청에도 문제가 있는 이상 학생들과 동등한 책임을 교육부와 교육청, 교사들 역시 마다할 수 없다”고 자책했다.

전교조는 또 “성적순의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학생들이 ‘부정행위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범죄행위도 마다 않는 요즘 세태에서 학생들에게만 도덕적 순결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사회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한국교총도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부정과 비리는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피의자가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처벌엔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교총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제일주의와 도덕적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병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과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동정론’을 펴는 누리꾼들은 주로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학부모’라는 누리꾼은 “잘못은 크지만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든다면 그들은 영원히 우리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며 “잘못을 뉘우친다면 이번 한번만 구제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io2004’도 “어찌보면 이들은 ‘성적제일주의’로 병든 우리 사회의 희생양”이라면서 “먼저 사회제도를 고치고 부정이 만연한 사회의 분위기를 바꾼 뒤 이들을 벌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쩌나’는 “학생들을 교도소에 보낸다면 그들은 평생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하라”▽

그러나 많은 누리꾼들은 “이번 기회에 부정행위에 대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엄벌론’을 내세우고 있다.

‘고3 학부모’는 “그들을 용서해준다면 잠을 못자면서 열심히 공부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뭐라고 할 것인가”라며 “내 아이들에게 사회의 정의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여드름’은 “용서를 말하는 사람들은 부정행위자의 친척이나 가족들인 것 같다”면서 “이번에 죄를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비수험생’은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컨닝 연습을 해야 하는가. 정말 혼란스럽다”면서 “그들이 인생의 낙오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반드시 죄의 댓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 확대, 부정행위자 더 늘어날듯…”▽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학생 12명을 구속시킨데 이어 ‘대(代)물림’과 ‘대리시험’'타학교 가담'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학생들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주도한 학생들의 경우 실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한 판사는 “단순가담이라면 정상참작이 가능하지만 사건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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