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스스로 발신차단 신청 작년보다 23% 늘어나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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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대전화를 걸 수 없게 해주세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47)는 최근 SK텔레콤 대리점에 연락해 휴대전화 발신을 스스로 막았다. 소득이 거의 없어 전화요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이동통신에도 불황의 그늘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발신 통화를 막거나 통화료를 절약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화료도 부담=SK텔레콤에 따르면 이씨처럼 자발적으로 발신 통화를 막은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12만5000명에서 올해 6월에는 15만4000명으로 23.2% 늘어났다.

물론 이런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0.8%로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통계는 안 나왔지만 하반기 들면서 발신 정지를 신청하는 가입자가 더 늘고 있고 특히 요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이렇게 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이항수 SK텔레콤 홍보팀장은 “장기 불황의 여파로 최근에는 통화료도 감당하지 못하는 가입자가 급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발신을 정지하는 이동전화 가입자는 대부분 요금 체납자가 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휴대전화 요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가입자는 302만명이다. 지난해 186만명이던 요금 연체자가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자 폭증하고 있다는 것.

▽알뜰 소비층 증가=일반 가입자의 통화량도 불황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SK텔레콤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통화량은 지난해 12월 207분에서 올해 8월 188분으로 줄었다. 약정 할인제에 가입해놓고 무료 통화가 적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전화를 거는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영업팀의 분석이다. 또 최근 신규 가입자 중 학생 주부 노인층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통화량은 대부분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화 마일리지로 요금을 내거나 각종 할인 혜택을 보는 ‘알뜰 소비층’도 부쩍 늘어났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에 사는 대학생 양모씨(26)는 ‘KTF 멤버십 카드’로 커피숍 양식점 영화관 미용실 등에서 20∼30% 가격 할인 혜택을 받는다. 양씨는 할인 혜택을 많이 받기 위해 부모가 사용하지 않은 통화 마일리지를 자신의 카드로 돌려놓았다.

KTF에 따르면 멤버십 카드 신청은 지난해 9월 252만명에서 올해 9월 380만명으로 50.8% 늘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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