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30여년만의 고3생활 보람찼죠”

  • 입력 2004년 11월 8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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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다시 입은 교복이 어색했지만 대학에 합격하고 나니, 가장(家長)과 기업 대표로서 면목이 서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인하대 수시모집에 합격해 8일 예비대학 학생증을 받은 서울 삼육고 3학년 김태웅씨(사진·46·동양문고 대표)는 “처음에는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고 3인 아들과 함께 학교에 가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한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 초 자신이 2학년 때 중퇴한 모교인 삼육고교 3학년에 복학한 김씨는 “생활이 어려워 배움을 중단해야 했던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단순히 학력을 취득한다는 차원을 넘어 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변화의 시대에 낙오되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공부를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학교재 전문출판사 사장인 그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회사 일을 챙기느라 하루평균 2∼3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시험기간에는 일주일씩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1학기 중간, 기말 고사에서 전 과목 평균 96.03점으로 문과 전체 1등을 차지했다. 2학기 성적도 전교 1, 2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하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신문배달, 껌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면서 고학을 하다 결국 고 2때 중퇴해야 했다.

김씨는 “비록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해 회사를 미국의 랜덤하우스, 프랑스의 갈리마르출판사와 같은 국제규모의 어학전문출판사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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