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무등도서관내 ‘아메리칸 코너’ 폐쇄 주장 논란

  • 입력 2004년 9월 19일 21시 13분


미 국무부가 17일 일부 대학생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 시립 무등도서관 안에 미국 관련 자료 열람시설인 ‘아메리칸 코너’를 개설했으나 하루 만에 철거 주장에 직면했다.

미국측은 “부산 대구에 이은 한미 문화교류 차원의 자료관 개설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는 “폐쇄된 ‘아메리칸 센터’를 다시 열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미국 관련 자료관일 뿐”=미 국무부가 전시자료를 제공하고 무등도서관이 운영을 맡은 이 코너(24평)는 미국의 문화 역사 제도 등과 관련한 서적 780권과 CD-ROM DVD타이틀 화상회의장비 등을 갖췄다. 무등도서관 062-264-8277(교환)

이 코너 개설은 지난해 미대사관 측이 박광태 광주시장을 방문, “한미 우호증진과 미국 관련 정보교류을 위해 장소 제공 및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이뤄진 것.

모린 코맥 미대사관 공보관은 “인터넷 시대에 굳이 오프라인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순 자료열람 보다는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철거 주장 직면=미 대사관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한 반미성향을 드러내 온 일부 사회단체와 운동권 학생들은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전남통일연대’는 18일 성명을 통해 “5·18에 대한 미국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아메리칸 코너는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아메리칸 센터 폐쇄’를 주장하며 숱한 시위를 주도했던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의 한 관계자도 “광주 아메리칸 센터가 폐쇄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미국측이 이름만 바꿔 비슷한 시설을 다시 여는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특히 최근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대대가 광주공항에 주둔하는 문제와 관련,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시점이어서 상당한 증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관련 시설의 수난=1947년 동구 불로동에 ‘광주 미국공보원’이 세워졌으며 1970년대 ‘광주 미국문화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측은 1980년 5·18이후 9차례에 걸친 방화 기습점거 화염병피습 폭파위협 끝에 1989년 5월 ‘미 문화원’의 문을 닫았다가 1990년 6월 남구 양림동 광주시 여성회관 2층에 ‘광주 아메리칸센터’를 개설했으나 시위가 잇따르자 1996년 12월 폐쇄했다.

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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