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현철씨 20억 불법정치자금”

  • 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34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김씨는 이날 밤 수감됐다. 연합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김씨는 이날 밤 수감됐다. 연합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11일 2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朱哲鉉)는 김씨가 지난해 2월 김기섭(金己燮) 전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을 통해 조동만(趙東晩·구속)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 4·15총선 자금 명목으로 15억원을 요구하고 같은 해 여름 “자금이 부족하다”며 5억원을 추가로 요구해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현금 20억원을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받은 돈의 일부를 자신의 선거운동 사조직 등 지역구 관리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11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앞으로 김씨 외에 조 전 부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또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씨가 재구속된 것은 1997년 5월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7년 만이다.

당시 현직 대통령의 아들 신분으로 ‘소통령’으로 불리기도 하던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11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어 199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지만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남은 형기에 대해 집행면제를 받았다.

김씨는 2002년 마산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려다 포기했고 2004년 4·15총선을 목표로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들어갔으나 낮은 지지율과 선거조직원의 구속 등 악재가 겹치자 정계 진출의 꿈을 다시 접었다.

이후 자본금 1억원으로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인 ㈜코헤드를 설립해 사업을 해 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현철씨 영장심사▼

“절대로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힘들게 살다가 가장 믿고 지낸 김기섭씨(전 국가안전기획부 차장)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 2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던 김현철씨는 최후진술 과정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난번에 혹독한 처벌을 받은 내가 또 잘못을 저지르겠느냐”며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나한테 20억원을 줬다면 실세들에게는 10배, 20배를 줬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여상규(余尙奎) 변호사도 “조 전 부회장이 실세 정치인에게도 1억, 2억원을 줬다고 진술한다는데 더 이상 대통령의 아들도, 잘나가는 정치인도 아닌 현철씨가 20억원이나 되는 돈을 정치자금으로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여 변호사는 이어 “검찰이 정치자금으로 만들기 위해 시기와 액수를 맞춰 가고 있다”고 격한 어조로 반발했다. 또 “검찰이 모든 상식을 깨고 조 전 부회장의 진술만으로 구속하려 하고 있으며, 구속하면 온갖 어려움을 겪게 해서 (현철씨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받아쳤고 여 변호사는 “법정에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되받았다.

한편 김씨는 검찰이 10일 밤 자신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검사실 여직원의 책상에 있던 송곳으로 5차례 자신의 배를 찌르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11시20분경 긴급체포 상태에서 서울구치소 입감을 위해 대기하던 중 송곳을 집어 들고 갑자기 복도로 뛰어나가며 자해했다는 것. 김씨는 복부 2군데에 깊이 1cm, 3군데에 깊이 0.3mm의 상처가 났지만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구치소 입감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씨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예우 차원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주요 피의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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