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保法 유지 선언은 난센스” 김근태 장관, 朴대표 비판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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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국회의원 김근태’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를 선언한 데 대해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역사 인식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그토록 정권에 악용되고 국민의 자유민주주의를 탄압한 한낱 임시법이요, 악법 중의 악법인 국보법을 마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양 비장하게 말하고 있다”며 “역사가 난센스인가, 한나라당이 난센스인가”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독재정권의 안위를 위해 악용되던 국보법에 한나라당이 그토록 애착을 보이는 것은 군사독재의 적장자임을 자인하는 모습이라 더욱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개인성명 전문▼

역사는 난센스인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그토록 정권에 악용되고 국민의 자유민주주의를 탄압한 한낱 임시법이요, 악법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마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양 비장하게 말하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역사 인식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역사가 난센스인가? 한나라당이 난센스인가?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박 대표나 한나라당이 체제와 정통성까지 언급하며 마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당장에라도 파탄이 날것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박 대표와 한나라당에게 국가보안법은 헌법보다 상위법인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은 무소불위의 법으로 인권 같은 헌법 정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가안보라는 명분아래 독재정권의 안위를 위해 악용되던 국가보안법에 한나라당이 그토록 애착을 보이는 것은 군사독재의 적장자임을 자인하는 모습이라 더욱 씁쓸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국가보안법은 해방 후 좌우대립시대에 만들어져 냉전시대 내내 위세를 떨치던 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좌우 대립의 시대가 아니다. 이미 냉전시대의 좌우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다. 오죽했으면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역사는 끝났다' 라는 다소 오만한 선언이 나왔겠는가. 상식적으로 북한에 비해 경제규모는 33배, 국민소득은 15배, 무역규모는 156배인 대한민국 국민 그 누가 북한체제에 동조하겠는가? 후쿠야마 식으로 표현하면 역사이든 게임이든 이미 끝난 것이다. 올림픽 내내 북한 선수를 간절히 응원했던 국민들을 다 처벌하자는 것인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할 엄중한 시기에 당연히 털어내고 가야할 악법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악법은 악법일 뿐이다.

악법이 대한민국의 체제와 연결된다는 발상 자체가 극악스러울 뿐이다. 대통령께서 명확히 말했듯이 국가보안법은 악법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하는 것이다. 분명코 국가보안법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고 유린한 악법이다. 악법에서 문제는 얼마나 빨리 악법을 폐기하느냐 일 뿐이다. 악법폐기를 머뭇거렸던 고대그리스인들은 결국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들었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역사는 장대하고 감동적이지만 때론 잔혹한 것이다. 그것이 민족이든 국가든 정당이든 일개 개인이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지평을 열지 못하면 역사는 단호히 응징을 가해왔다. 새롭게 발전하는 대한민국 역사의 불호령이 박대표와 한나라당의 코끝까지 다다랐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사에 난센스는 없다.

감히 그 누가 역사의 난센스가 되려하는가?

순간을 속이고 자신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진실과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로서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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