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市·문화재청 충돌

  • 입력 2004년 9월 9일 02시 12분


서울시 의회가 사적지 100m 이내 구역도 개발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서울시 및 문화재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7일 교육문화상임위원회를 열어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왕릉, 고분과 맞닿은 지역의 100m 이내 구역도 고도(高度)와 관계없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 현 조례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지정 구역에서 100m 이내 지역은 문화재 쪽에서 바라볼 때 반드시 앙각(仰角·올려본 각도)이 27도를 넘지 않아야 건물 신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될 경우 100m 이내도 제한 없이 개발이 가능하게 되는 셈.

서울시 의회가 이처럼 조례를 개정하려는 것은 서울 성북구 의릉(懿陵) 주변에 사는 동대문구 이문동 지역 주민들이 “의릉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의회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 조선조 20대 임금인 경종(景宗)과 계비(繼妃)인 선의(宣懿)왕후의 무덤인 의릉은 1970년 5월 사적 204호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 서울시는 만약 의회가 이를 본의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재의(再議)를 요구하되 의회가 끝까지 조례 개정을 고집해 재통과시키면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등은 시 의회가 조례를 개정할 경우 반드시 문화재청장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이 이미 반대의견을 시 의회에 전달했음에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의 법적 문제를 떠나 의회가 문화재 훼손을 야기할 수도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려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의회는 해당 주민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문제의 조례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서울시의 조례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전망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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