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 급증… 수술대기 6개월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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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65·서울 영등포구 문래동)는 최근 병원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충격에 휩싸인 김씨는 당장 수술을 받기 원했지만 의사는 “환자가 많아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김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암 증가율 1위를 기록하며 갑상샘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수술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수술 적체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5일 본보 취재팀이 4대 대형병원을 취재한 결과 갑상샘암 진단 후 수술까지 걸리는 ‘수술 대기 시간’이 3∼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은 대부분 1∼3주 안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갈수록 길어지는 수술 대기 시간=지난해 이맘때 갑상샘암 수술 대기 시간은 대부분 1.5∼2개월 정도였다. 길어봐야 3개월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5∼6개월,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은 3∼4개월을 기다려야 수술이 가능하다. 병원마다 현재 수술대기 환자는 300∼500명에 이른다. 반면 다른 암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수술대기시간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갑상샘암만 왜 적체인가=진단기술의 발달로 0.5cm 이하의 미세한 암까지 잡아내는 덕택에 갑상샘암 진단 환자가 크게 늘었지만 수술을 담당할 외과 의사는 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의사를 늘리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데다 다른 중병 투자가 더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이 여러 병원에 ‘중복 예약’하는 현상 또한 수술 적체를 부추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수술 예약을 철회하는 환자 중 일부는 중복 예약한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의사들은 갑상샘암 수술 적체를 해소하려면 병에 대한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상샘암은 다른 장기로의 전이속도가 느리고 언제든지 암을 제거하면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는 ‘순한 암’이다. 그런데도 암 진단이 내려지면 ‘쇼크 상태’에서 무조건 빨리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환자들이 많다.

의사들은 갑상샘암 수술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외과가 아닌 이비인후과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자를 분산해 적체를 줄이자는 얘기다. 갑상샘암의 최고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내과 조보연(趙普衍) 교수는 “모든 이비인후과 의사가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두부(목)를 전공한 의사라면 갑상샘암 제거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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