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작은 학교 큰 스승’… 영천 화산中 오수현교장

  • 입력 2004년 8월 24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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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의 작은 학교들에 생동감이 넘쳤으면 합니다. 주민들과 학교 측이 힘을 모으면 도시의 학교들보다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 화산중학교를 3년 동안 맡았던 오수현(吳秀賢·55) 교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오 교장은 전교생 50여명과 부대끼며 정이 흠뻑 들었던 이 학교를 떠나 다음달부터 경북교육연구원 연구관으로 일하게 된다.

화산면 주민들은 30일 고마운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학생들은 아쉬움이 곁든 작은 선물을 각각 오 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다른 농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 학교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학생들은 도시 학교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기가 죽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3학년 전원(17여명)이 일본 여행을 하면서 침체됐던 학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수학여행도 3년에 한 번 가는 학교에서 일본 여행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2002년 5월 일본 오이타(大分)현 마에찌에 중학교 학생들이 화산중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학교는 농촌에 있는데다 역사(50년)와 학생 수도 비슷했다.

“두 학교가 자매결연을 한 뒤 학생들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았어요. 일본 학생들은 오는데 우리는 못가고…. 아이들이 얼마나 일본에 가고 싶었겠습니까.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아이들을 일본에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지요.”(오 교장)

2박3일 일정에 필요한 경비는 700여만원. 교직원들이 보태고 형편이 나은 주민들도 나섰다.

오 교장은 자신이 받은 상금 100만원을 내놨다. 학생들도 동전을 모아 몇 만원씩 보탰다.

올해 6월 일본을 다녀왔던 학생회장 신재현(申載現·16)군은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며 “따뜻하게 감싸주신 교장선생님께서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학교가 발전하도록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내년부터 동창회가 3학년 학생들의 일본 여행을 맡기로 해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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