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팬들, 어처구니 없는 '사이버 테러'에 충격

  • 입력 2004년 8월 18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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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기 가수그룹 동방신기의 교통사고 이후 인터넷상에서 일부 팬들의 희생자를 무시하는 발언에 사고 희생자의 자녀를 가장한 '가짜 편지'까지 쏟아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로 가장을 잃어 슬픔에 잠긴 희생자의 가족들은 이번 사태로 이중 삼중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네티즌들의 자성(自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철없는 행동, 한계를 넘어섰다"=사건의 발단은 단순한 교통사고에서 시작됐다. 11일 오전 3시20분경 경북 영주시 봉현면 중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동방신기 멤버들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 이로 인해 승용차 조수석의 김모씨(39)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운전 중이던 부인 윤모씨(35)와 아들(10), 딸(7)이 중경상을 입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10대 소녀들로 추정되는 일부 동방신기 팬들이 인터넷에 "우리 오빠들 다치게 했으니 죽어도 싸다" "오빠들 차에 치여 죽은 걸 영광으로 알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들을 올린 것. 이에 네티즌들조차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에 최근 김씨의 아들이 썼다는 '아빠가 죽은 후 동방신기 팬들이 아빠를 욕해서 너무 괴롭다'라는 글까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의 격론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보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이 글 역시 실제 가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은 중환자실에 있고, 딸은 어려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는 것. 게다가 윤씨와 친척들은 아이들의 충격을 고려해 아직 아버지의 죽음도 알리지 못했다.

▽피해 가족은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당시 사고를 당한 김씨의 가족은 외환위기로 실직했던 김씨가 지난해 어렵게 재취업한 후 처음으로 가족 휴가를 가던 중이었다. 회사 사정상 하루만 휴가를 다녀와야 해 시간을 아끼려 새벽길을 나섰다 참변을 당했다.

현재 부인 윤씨를 포함해 나머지 세 식구는 모두 대구의 S병원에 입원해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던 아들은 사고로 뇌출혈까지 일으켰으나 겨우 위험한 상황만 넘긴 상태. 의식은 회복했지만 눈 폐 등이 많이 상해 몇 차례 더 수술을 해야 한다.

윤씨의 조카인 장모씨(20)는 "인터넷에서 그런 글들을 보는 순간 컴퓨터를 부셔버리고 싶었다"면서 "소식을 전해들은 이모는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며 울먹거렸다.

김씨의 친척들은 사망한 김씨의 명예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해 인터넷에 악성 글을 올린 이들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동생 김모씨(34)는 "이번 사고로 한 가족은 가장을 잃고 풍비박산이 났다"면서 "아무리 자신들의 소중한 연예인이 다쳤다고 다른 사람의 참변을 가벼이 여긴 것에 대해 죽은 형을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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