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아태 잼버리 둘째날… 탈북청소년 7명도 수련활동 참가

  • 입력 2004년 8월 6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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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학생들이) 키는 ‘뻘대’같이 커서들 겁이 많네.”

그러나 한예슬양(가명·13)도 정작 자신이 길이 20m의 물미끄럼을 타야 할 순서가 되자 은근히 겁이 난 표정이었다.

처음엔 “왜 왔는지 모르겠다”던 김진영양(가명·18)은 징검다리가 의외로 무섭다며 “공기가 좋아서 점점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탈북청소년인 한양과 김양을 제24회 아시아태평양잼버리 둘째날인 6일 강원 고성군 세계잼버리수련장의 ‘챌린지 밸리’에서 만났다. 챌린지 밸리는 2km에 걸친 18개 장애물을 통과하며 체력과 모험심을 키우는 과정활동 코스.

이번 아태잼버리에는 한양 같은 13∼18세 탈북청소년 7명이 참가하고 있다.

김양과 한양은 모두 한국에 온지 3년째. 겉으로 보기에는 남한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전날 개막식에서 좋아하는 가수 ‘테이’가 공연 도중 실수하는 모습조차 멋있었단다.

김양은 2000년 북한에서 나올 당시 청년동맹 입대를 앞둔 고등중학교 4학년이었다. 청년동맹에 들어가면 야영을 떠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청년동맹이 복장이나 도열은 멋있게 하지만, 스카우트가 훨씬 분위기가 자유로워 좋다고.

서울 모 여고에 입학한 뒤 친구들에게 말투 교정을 부탁했을 정도로 한국생활 적응에 적극적이었던 김양. 평소 사람 사귀기를 즐기지만 중국에서 지낸 18개월 동안에는 집에 갇혀 바깥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때 생각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죠.”

고3이라 이번 잼버리에는 같은 나이 또래가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한양은 경호원을, 김양은 외교관을 꿈꾸고 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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