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外資 파생금융 알선 180억 챙겨

  • 입력 2004년 8월 6일 0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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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건설공사를 위해 도입한 외자를 이용한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개입해 18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나눠 가진 금융전문가들이 쇠고랑을 찰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朱哲鉉)는 5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KTX)과 농협의 파생금융상품 거래 과정에서 알선료 명목으로 43억원을 받은 혐의로 외국계 은행 상무 황모씨와 공범인 금융컨설팅사 직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KTX의 외환 담당으로 근무하면서 KTX의 파생금융상품 관련 정보를 황씨에게 제공하고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KTX 정모 과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KTX는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도입한 외자를 장기간 운용하는 데 따른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 등 파생상품을 발행했고, 농협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해 36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황씨 등은 파생상품의 적정가격을 매기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KTX 파생금융상품을 농협이 매입하도록 중개한 뒤 이를 외국계 은행 등에 높은 시세에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겼다.

농협은 이런 방식으로 발생한 차익 중 절반인 180억원을 컨설팅회사에 자문료 형식으로 넘겼고 이를 관련자들이 나눠 가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가 KTX 파생금융상품 관련 정보를 모두 갖고 있었고, 농협이 이를 유치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과는 별도로 파생금융상품 거래와 관련해 컨설팅회사로부터 편의 제공 대가로 5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농협중앙회 국제금융부 과장 신모씨(38)를 이날 구속했다. 검찰은 또 신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컨설팅업체 T사 대표 남모씨(33) 등 3명도 함께 구속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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