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이전’ 지하철 광고 논란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56분


정부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 지하철에 게재한 광고물. 서울시는 “정부가 서울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황태훈기자
정부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 지하철에 게재한 광고물. 서울시는 “정부가 서울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황태훈기자
정부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하철 전동차 안에 게시한 광고물이 서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어 서울시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국정홍보처 공동 명의로 제작된 이 광고물은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라는 제목의 3종류로 27일부터 일부 지하철의 전동차 안에 게시됐다.

이 광고는 모 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수도권 과밀로 인해 주택난과 교통난,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은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광고는 또 ‘외국 기업들이 서울보다 북경을 선택하는 이유’라는 대목에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기업 및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로 인해 경제는 위축되고 외국기업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는 이어 “신행정수도 건설은 인구 분산을 통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결하고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광고는 평화롭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베이징(北京)과 멕시코시티 시민을 서울 시민이 부러운 듯 바라보는 모습의 삽화까지 그려 넣어 ‘열악한 서울’을 연상케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9일 성명을 내고 “수도 이전 문제는 현재 많은 갈등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황”이라며 “이 광고물은 정부가 서울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당초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운영), 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 철도청과 이 광고물 4048장을 8월 한 달간 전동차 안에 게재하기로 계약을 했으나 서울시의 반발로 지하철공사 및 도시철도공사는 계약을 취소했다.

서울시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데다 서울시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양 공사에 대해 계약을 취소하고 광고물을 모두 철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하철 1, 3호선 등 철도청이 운영하는 일부 노선의 전동차에는 아직도 이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대응 광고를 부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국정홍보처 윤희상 공보담당관은 “광고 문구 자체가 반어적 표현이고 서울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지하철 광고 게시를 위해 다시 심의절차를 밟는 등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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