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펜션에서 휴가를 즐긴 여행객이 돌연 희귀 질환에 걸려 사망했다. 유족은 오염된 온수 욕조를 사용했다가 병균에 감염됐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영국의 한 펜션에서 휴가를 즐긴 여행객이 돌연 희귀병에 걸려 사망했다. 유족은 오염된 온수 욕조를 사용했다가 병균에 감염됐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영국 더선에 따르면, 니콜라 본 씨(여∙51) 가족은 2020년 2월, 70세 된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와이트섬에 있는 탭넬팜(Tapnell Farm) 펜션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곳에서 어머니 폴렛 크룩스 씨는 온수 욕조를 여러 번 사용했다.
● 욕조에서 곰팡이 냄새…물 색깔이 녹색
딸 니콜라 씨는 “온수 욕조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물도 탁했다. 물 색깔이 일반적인 물과 달리 좀 이상해 보였다”고 말했다.
3일째 되던 날에는 물 상태가 더 나빠졌고, 약간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휴가를 보내는 동안에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몇 명이 발진이 생기고 몸이 좋지 않아 계획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 후 어머니는 현기증과 구토 증세를 보였고, 급기야 약 1주일 후에 병세가 심각해져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졌고, 치료를 받던 중에 끝내 사망했다.
의료진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사용하지 않는 수도꼭지, 샤워기, 호스파이프, 온수 욕조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세균이다.
● 농장 측 “매일 관리…아무 문제 없었어”
유족들은 별장의 욕조와 물이 감염의 원인이었다며 탭넬팜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족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며 “욕조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게 발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펜션 청소와 유지 관리를 담당했던 관리자는 “나는 그동안 온수 욕조에 문제가 있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신고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여행자 가족이 머무는 동안 매일 물을 테스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은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온수 욕조의 물을 테스트하러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 보건 당국은 같은달 현장을 방문해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실시했지만, 양성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같은 농장의 다른 집 온수욕조에서는 부적합한 측정값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관계자는 “숨진 어머니가 탭넬 농장을 방문하는 동안 감염된 게 맞는지, 그리고 이것이 그녀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원인 검사는 최대 2주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 오염된 물에서 증식하는 레지오넬라균
레지오넬라균(Legionella)은 주로 물속에서 증식하는 세균으로,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이라는 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며, 인체에 들어올 경우 중증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특히 따뜻한 물(25~45℃)에서 잘 번식한다. 냉각탑, 저수탱크, 목욕탕, 가습기, 에어컨 필터 등 관리가 부실한 물시설이나 기구로 인해 감염이 발생할 수있다.
다만 사람 간 전염되지 않으며, 오염된 물이 미세한 물방울(에어로졸)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들어올 때 감염된다.
감염되면 고열, 오한, 마른기침 가래, 호흡곤란, 근육통, 두통, 피로감, 메스꺼움,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며 드물게 의식 혼란까지 일어난다.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 가능하지만, 치료가 늦을수록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빠른 의료진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는 물 공급 시설이나 기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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