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60일간 거리공연 나선 고교동기 4명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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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거리축제 진출에 나선 풍물 동아리 ‘쇠북징고’ 멤버들. 왼쪽부터 심보영 김래엽 홍은지 지연아씨.-유윤종기자
유럽 거리축제 진출에 나선 풍물 동아리 ‘쇠북징고’ 멤버들. 왼쪽부터 심보영 김래엽 홍은지 지연아씨.-유윤종기자
“여러 나라 젊은이를 풍물 장단으로 한데 묶고 오겠습니다.”

경기 과천시 과천고등학교 풍물동아리 ‘쇠북징고’ 출신인 심보영(沈寶暎·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홍은지(洪恩智·〃 환경디자인과 2년) 지연아(池蓮娥·숙명여대 디자인학부 1년) 김래엽(金來燁·한국관광대 관광경영과 1년)씨. 고교 동기로 스무 살 동갑인 네 사람은 13일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며 이렇게 밝혔다.

“유럽에서 우리 옷을 입고 거리 공연을 펼칠 겁니다.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영국 에든버러 축제, 프랑스 아비뇽 축제의 현장에도 우리가 있을 겁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니스, 모나코, 이탈리아 베네치아 로마…. 60여일의 일정이 빠듯하다. 쇠북징고 팀은 특히 ‘거리 예술가’들이 있는 지역은 가급적 빼놓지 않고 갈 계획. 고교시절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김씨가 거리 예술의 즉흥성에 주목했다. 장르와 형식이 다른 팀도 순식간에 섞여 들면서 신나는 한바탕을 펼쳐 내는 그곳에서는 ‘사물놀이가 통하겠다’ 싶기 때문이다.

이들을 포함한 동기동창생 7명이 유럽 공연 여행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입구에 있는 타악 그룹 ‘토닥’ 연습실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스무 살인데 혼자 힘으로 해 보자’고 약속했지만, 풍물연습과 학업,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등 1인 3역을 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세 사람이 떨어져 나갔다.

연습 중에서는 특히 ‘상모 돌리기’가 녹록지 않았다. 고교 때 해 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머리만 돌리는 게 아니고, 몸을 폈다 굽혔다 하면서 ‘출렁거려야’ 해요. 오금이 저리죠. 옆 친구 상모에 맞아 벌겋게 붓기도 하고….”

심보영씨는 “웬만한 헬스센터에서 하는 것보다 운동량이 많은데, 연습 끝나면 ‘때려 먹느라’ 다이어트 효과는 없었다”며 웃었다.

“돌아와서 젊음과 신명으로 ‘우리의 소중한 것’을 알리고 왔노라고, 큰소리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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