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때 끌려가 44년간 섬에 갇힌 ‘올드보이’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28분


어린이를 섬으로 데려가 44년간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폭행을 일삼는 등 이른바 ‘현대판 노예생활’을 시킨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J씨(65·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대해 27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1960년 목포역에서 당시 5세 안팎이던 김모씨(49)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해 안좌면의 한 섬으로 데려온 뒤 최근까지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과 김 양식 등을 시키며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J씨는 올해 4월부터 김씨가 일을 하지 않고 자주 집을 비우자 집 인근 폐가로 끌고 가 기둥에 몸을 묶은 뒤 뺨과 목 등을 때리는 등 수차례 폭행해 오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30여년간 호적도 없이 살아오다 1991년에야 1955년생으로 주민등록 절차를 마쳤다.

J씨는 그동안 김씨가 인근 마을로 도망칠 때마다 “재산을 모두 주겠으니 열심히 일만 하라”며 일을 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그동안 전기와 난방시설이 없는 폐가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지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데다 평생을 50여 가구가 사는 섬에서만 살아와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장기간 피해를 봐 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의자 J씨는 폭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신안군 사회복지과에 의뢰해 보호시설로 인계토록 할 방침이다.

목포=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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