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골프특성화高 학부모들, 대나무 회초리 전달

  • 입력 2004년 6월 11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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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골프고 학부모 대표가 장재익 교장(왼쪽)에게 “아이들을 자상하면서도 엄격하게 지도해달라”며 사랑의 회초리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 함평골프고
전남 함평골프고 학부모 대표가 장재익 교장(왼쪽)에게 “아이들을 자상하면서도 엄격하게 지도해달라”며 사랑의 회초리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 함평골프고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때려 주세요.”

10일 오전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함평골프고 강당. 전국 최초의 골프 특성화 고교인 이 학교에서는 이날 학부모들이 마련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학부모 대표가 대나무로 만든 60cm짜리 ‘사랑의 회초리’ 15개를 장재익(張在翊) 교장에게 전달한 것.

회초리를 건네받은 학교측은 이날 8명의 학급 담임교사와 골프감독 5명, 기숙사 사감과 교감에게 1개씩을 나눠 주고 학교의 체벌 기준에 따라 회초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회초리를 전달한 것은 이 학교 골프관리과 학생 79명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활지도가 절실했기 때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건전한 가치관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형성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자상하면서도 엄하게 지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 대표인 한길동씨(45)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상 필요한 체벌도 학부모의 반발을 우려해 자제하는 바람에 자녀들이 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해 회초리를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학생 체벌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믿고 회초리를 맡겨 줘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명문고로 육성해 학부모들의 뜻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함평실고에서 이름을 바꾼 함평골프고는 현재 골프관리과 79명을 비롯해 원예과, 농기계과 등에 모두 14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함평=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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