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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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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KBS 아나운서로 출발한 그는 40대에 접어들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서 나이든 여성 아나운서가 계속 방송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97년 전직을 결심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던 중 20년 가까이 방송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저명인사들과 관련한 방송일지를 뒤지다 ‘강연 매니지먼트’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처음 50명의 고객으로 출발했다.
이 대표는 ‘강연료 제값받기’부터 시작했다. 1시간에 20만∼30만원 하던 고객들의 강연료가 그가 관리를 하면서 수백만원대로 올랐다. 그는 “당시만 해도 체면 때문에 다들 강연료에 대해선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을 풀어놓는 건데 헐값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고객인 저명인사의 강연을 빠뜨리지 않고 듣는다. 대상에 따라 최적의 강사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강사에게 강연 내용에 대한 평가도 스스럼없이 해준다. 요즘은 오히려 강사들이 강연 평가 결과를 먼저 물어오기도 한단다. 강연을 듣다가 그 자신이 감동을 받은 적도 많다고 한다. 그는 “눈을 맞추고 육성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과 철학을 듣는 것은 책 한 권 읽는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명인사의 전화번호 1000여개와 차량 번호를 머리에 입력해 놓을 만큼 숫자 기억력이 남다르다. ‘걸어 다니는 인명사전’ ‘전화번호부’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기억력으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그분들이 어려울 때나 잘나갈 때나 한결같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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