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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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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 140여 가구의 집집마다 나부끼는 ‘미군기지 확장반대’라고 쓴 노란색 깃발이 주민들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캠프 험프리스(K-6) 미군기지 철조망과 담장을 맞댄 마을 입구에는 ‘일방적인 토지수용 즉각 철회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마을은 기지 주변 25만평이 수용될 예정.
경찰 1개 소대가 담당하던 기지 주변의 외곽경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여일 전부터 2개 중대로 보강됐다.
마을과 미군기지 사이의 수용 예정 농토에는 전북 부안에서 가져온 대나무로 세운 ‘이 땅은 우리 목숨 끝까지 지킨다’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대다수가 농민인 주민들은 1952년 들어선 미군기지로 인해 고향 땅을 내줬는데 이제는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더 이상 쫓겨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 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이전키로 한 평택시에서 이번 주말에 개최되는 반전평화축제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과 30일 평택 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열릴 ‘529반전평화문화축제’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결정이 내려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 행사이다.
전국 30여개 단체들이 공동으로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문정현 신부가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또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이 벌어졌던 부안을 비롯해 전북 군산, 경기 화성 매향리 등 미군기지 주변 주민과 전국 200여개 반미 반전단체 회원 등 5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자칫 반전 반미운동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라크 파병 반대, 불평등한 한미관계 정상화’ 등도 촉구할 예정이다.
40만평이 수용될 예정인 송탄 미 공군기지(K-55) 주변 서탄면 황구지리 일대 주민들도 “삶의 터전을 내줄 수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는 상황.
대추리 김지태 이장(44)은 “정부가 주민들을 반미, 반전주의자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미군기지 이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제2의 부안’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평택대책위 이호성 집행위원장(34)은 “미군이 축소되는 마당에 신설 공여지를 내주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평택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집회신고를 내준 경찰도 이번 행사가 불법으로 흐르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있을 가두행진 구간 중 800여m는 미군기지 철조망을 따라가기 때문에 군중심리로 인해 돌발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틀간 10여개 중대를 행사장 주변에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군기지 주변 상인들과 많은 주민들은 미군기지 이전을 찬성하거나 구체적으로 찬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송탄관광특구 서정동 개발위원회 김학근 위원장(55)은 “정부에서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에게 충분한 보상과 생계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그렇지만 미군은 안보상 꼭 필요한 존재인 만큼 무조건 반대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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