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한자 무료 강의 ‘울산의 훈장님’ 이성태 교사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31분


학생들에게 20여년째 한자를 무료로 가르치는 교사가 있어 화제다.

울산 남구 선암동 개운초등학교 이성태(李成泰·52) 교사는 매일 오전 7시50분부터 8시반까지 40분간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친다. ‘0교시’ 수업이지만 항상 지원자가 넘쳐나 25명만 선발해 가르치고 있다.

경남 진주교대를 졸업한 1977년 고향 울산에서 교단에 선 이 교사는 학생들이 한자를 몰라 쉬운 낱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80년대 초반부터 한자 교육을 시작했다.

교재로는 중국에서 유래한 천자문 대신 염재 김균(念齋 金均·1888∼1978)이 한국 역사와 지명 등을 근거로 쓴 ‘대동(大東) 천자문’을 써 학생들이 한자와 함께 우리 역사도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하루 4자씩, 1년에 250일가량 한자를 가르쳐 1년이면 천자문을 모두 익히게 한다.

3학년은 교육인적자원부 인증 한자능력 급수 7급(150자 읽기), 4학년은 6급 Ⅱ(300자 읽기, 50자 쓰기), 5학년은 6급(300자 읽기, 150자 쓰기), 6학년은 5급(500자 읽기, 300자 쓰기)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준으로 지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한자를 익혀두는 것이 앞으로의 공부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교단에 있는 동안은 한자 교육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2년째 한자를 배우고 있는 6학년 김형기군(13)은 “선생님에게 배운 한자가 1300여자로 신문을 쉽게 읽고 이해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한자 못지않게 한글 사랑도 남다르다. 울산 출신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崔鉉培) 선생을 추모하는 ‘외솔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외솔 전기문도 집필하고 있다.

이 교사는 지난해 부산 경성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영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