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초기 언론에 혐의공개땐 명예훼손”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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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 초기단계에서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피의자가 명예를 훼손당했다면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박해성·朴海成)는 채무자에게서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를 보험에 들게 한 뒤 자살하도록 강요한 혐의(자살교사 미수)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조모씨(49)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 2명에게 각각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1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소송 1심에서는 원고가, 항소심에서는 피고(국가)가 각각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2월 항소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으며 이날 확정판결이 나온 것.

98년 사건 당시 경찰은 조씨 등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수사기록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원고들에 대한 인터뷰를 허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실명과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소는 물론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인 수사 초기단계에서 수사기관이 이를 서둘러 발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씨 등은 채무자 장모씨를 수개월간 감금 폭행하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자살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98년 4월 구속됐으나 2000년 폭행 등 혐의만 인정되고 자살교사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되자 국가를 상대로 원고 1명당 4000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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