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판사 또 ‘이례적 판결’… 관례깨고 외국인떼강도에 집유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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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한 진보적 판결을 내렸던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가 21일 외국인 절도범 일당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판사는 귀금속과 자기앞수표 등 1억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구속 기소된 G씨(56·신발 판매업)와 C씨(25·대학생) 등 콜롬비아인 절도범 8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1억원 이상의 금품을 훔친 절도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한국에서 무역 등 여러 사업을 했으나 별로 성과가 없었던 G씨 등은 4월 초 서울 이태원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으로부터 “A씨 승용차 안에 있는 귀금속 등을 훔쳐다 주면 1인당 1000만원씩 주겠다”는 부탁을 받고 범행을 결심했다.

A씨의 뒤를 쫓던 G씨 등은 같은 달 8일 대구 중구 교동 귀금속 상가 골목길에서 A씨의 승용차 유리를 깨고 뒷좌석에 놓여 있던 진주 반지 50여점 등 1000여점의 귀금속(시가 1억1400여만원)과 2500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현금 등을 훔쳤다.

하지만 이들은 피해자의 신고로 바로 붙잡혀 구속됐고 훔친 물건들은 모두 압류됐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G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C씨 등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징역 2년6월을 구형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의 구형을 들은 G씨 등은 최후 진술을 통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고향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이에 이 판사는 “사안이 가볍지 않으나 피고인들의 특별한 처지를 고려한다”며 “대한민국이 관용을 베풀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석방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대한민국이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라”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법무부로 인도됐으며 조만간 강제출국 조치될 예정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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