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난치병 학생 돕기 모금경쟁 취지는 좋으나…

  • 입력 2004년 5월 19일 21시 11분


코멘트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난치병 학생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일에 행정력을 기울이는 등 지나치게 신경전을 벌여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 백혈병 등 난치병 학생 돕기 발대식을 가진 이후 18일까지 대구지역 금융기관과 기업, 학교,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성금 9억800만원을 모았다.

농협 대구본부가 3억원을 기탁했으며, 한 고교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모았던 용돈 119만6000원을 내놓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2008년까지 총 17억원을 모금하고, 자체 예산 10억원을 보태 난치병 학생 217명의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상철(申相澈) 교육감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지만 난치병 학생 돕기가 우선”이라며 모금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몸 아픈 아이를 돕는 취지야 좋지만 모금 방식이 반강제적”이라며 “아이들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우유팩에 가득 채워오라는 것은 편의적 발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4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난치병 학생 돕기에 나선 경북도교육청은 21일부터 이달 말까지 도내 23개 교육청별로 대대적인 모금에 나선다.

도교육청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난치병 학생 385명에게 23억원을 지원해 이 가운데 42명이 건강을 찾았다.

그러나 전교조 경북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모금 방식이 여전히 강제적이고 일방적이다”며 “보건교사를 강제로 동원해 차(茶)를 팔아 모금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즉각 전교조를 비판하는 자료를 내고 “난치병 학생을 위해 전교조가 무엇을 했느냐”며 “이 사업은 처음부터 보건교사들이 중심이 돼 시작됐는데도 강제 동원이라는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도승회(都升會) 경북도교육감은 “교육청도 지방자치단체이므로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을 얼마든지 펼 수 있다”며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은 교육복지 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