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엄마는 지금 독서토론 공부중”

  • 입력 2004년 5월 17일 16시 28분


성장하는 자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훈련도 필요하다. 가정에서 엄마와 자녀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있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성장하는 자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훈련도 필요하다. 가정에서 엄마와 자녀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있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자녀가 자랄수록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호소하는 부모가 많다. 막상 아이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하려고 해도 이렇다 할 화제가 없어 일상적인 질문이나 잔소리만 하게 된다는 것.

이는 부모가 아이와 대화나 토론을 할 수 있는 훈련이 돼 있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어머니들끼리 자녀가 즐겨 보는 책을 읽고 토론 훈련을 하는 모임도 생기고 있다.

어린이 독서토론프로그램인 주니어플라톤이 주최하는 학부모 북클럽에서는 책을 읽고 토론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엄마들끼리 먼저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번 북클럽이 열리는 날이면 7∼10명의 어머니들이 참여해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최근 열린 북클럽에서는 어머니들이 ‘제인 구달의 동물이야기’를 소재로 토론했다. 이 책은 동물연구가 제인 구달이 침팬지와 생활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엮은 것. 어머니들은 책장을 덮으며 “침팬지는 생긴 것만이 아니라 모성애나 자식 키우는 과정도 사람을 닮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책을 읽어주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에 맞춰 대화를 하거나 토론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고 난 뒤 느낌을 이야기하는 독후 활동은 인성교육과도 연결된다. 책 속의 내용을 나의 이야기로 느끼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녀의 독서력이 향상되고 부모는 자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독서토론을 통해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 부모들이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나 토론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토론 모임에 두세 차례 참가하면 기본적인 책 읽는 방법, 질문 기법, 토론 기술 등을 익히게 된다. 또 집에서 아이들과 책을 통한 자연스러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훈련이 다소 부족해 토론 내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토론이 수다로 변질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면 아이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또한 아이와 엄마의 대화하는 질이 달라지고 나아가 가족의 문화까지 바뀌게 된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부모와 책을 읽고 토론을 자주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대학입시의 구술면접과 논술 훈련을 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최근 국어 교육도 단순한 언어 교육에서 생동감 있는 독서토론교육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가 책을 통해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일 것이다.

이윤경 한솔교육문화연구원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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