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세호/고속철 정상궤도 오를 때까지…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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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KTX)가 1일 개통됐다. 12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세계적으로 일본(신칸센), 프랑스(TGV), 독일(ICE), 스페인(AVE)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에 따라 전국이 실질적인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속철 세계 5위’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개국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인 경부선 호남선 KTX가 소비자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주무 책임자로서 책임을 절감한다.

개통 초기 기술적인 장애와 그에 따른 일부 지연운행 등도 승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기대가 컸던 만큼 부분적으로 미흡한 점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여기에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기존 일반 열차의 운행 감축, KTX의 역방향 좌석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연운행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고 본다. 정시 도착률이 초기 평균 97%에서 최근 거의 100%에 이르고 있다. 이 정도면 고속철 선진 4개국에 비해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기존 열차가 줄어든 데 따른 불편과 관련해서는 철도청으로서 고속 신선(新線)과 기존선을 함께 운행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 공공성 확보와 만성 적자 탈피라는 국민의 요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2010년 전 구간에 고속 신선을 건설하기까지는 대구∼부산 구간과 서대전∼목포 구간에서 KTX와 일반 열차를 함께 운행하는 체제이므로 KTX를 운행하는 만큼 일반 열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일반 열차를 늘리면 KTX를 줄여야 한다.

또 철도의 만성 적자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서 철도청을 공사화하기로 결정했고, 적자 노선과 적자 운영 요인을 대폭 줄이라는 요구도 받았다. 지금까지 우리 철도는 낮은 운임체계 등으로 일반 열차의 경우 국민의 혈세로 겨우 지탱해 온 구조였다. 적자 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한 실정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싶다.

역방향 좌석 문제는 개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부분이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인체공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별문제가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일부 승객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좌석을 모두 회전식으로 만들면 열차당 좌석이 112개(12%)나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평일 러시아워나 주말과 연휴 때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선로 여건상 증차에도 한계가 있어 당분간 이를 유지하면서 역방향 좌석은 요금을 할인하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KTX는 21세기를 여는 대한민국 인프라의 중핵(中核)이다. 개통 보름 만에 100만명을 수송했고 주말이면 대부분의 열차가 좌석이 매진될 정도다. KTX는 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나아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KTX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철도 종사자들은 KTX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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