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나라, 유리한 활동 기대하고 이인제에 돈줘”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49분


자민련 이인제 의원이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불법자금을 받았고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가 이 돈의 일부를 착복한 혐의를 검찰이 밝혀낸 것은 불법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인 수사 전망=김 전 특보가 한나라당측에서 받은 불법 자금 5억원 가운데 2억5000만원을 착복한 혐의는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첫 개인 유용 사례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개인 유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불법 자금을 채무 변제에 사용한 김 전 특보의 경우와 같은 전형적인 유용 케이스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김 전 특보의 경우는 유용 정치인 수사의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검찰은 분명히 하고 있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사용처 수사와 관련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초부터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5, 6명의 정치인 가운데 상당수가 개인 유용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2002년 대선 전 민주당 등에서 한나라당으로 입당하는 과정에서 2억원 안팎의 자금을 받은 의원 11명도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어 이들 의원 중에서도 유용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다. 안 중수부장은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가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이번 기회에 실상을 한번 보고 느낄 필요도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인 수사 전망=검찰은 기업인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당초 방침과 달리 기업인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해 기업인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이 기업인들에 대해 일괄 처리로 방침을 변경한 것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충분한 조사와 검토를 통해 기업인 처리 과정에서 불거질 우려가 있는 ‘형평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던 중견 건설업체 ㈜부영의 이중근(李重根) 회장을 귀가시켰다. 그리고 기업인 처리를 삼성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주 중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삼성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이건희(李健熙) 회장 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등 삼성에 대한 미진한 조사를 전반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검찰은 기업인 처리기준으로 정치권에 제공된 불법자금의 규모보다는 비자금 조성 등 기업의 본질적 비리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혀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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