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농수관로에 빠진 20代 얼음조각 먹고 버티다 구조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47분


경사가 급한 철제 농수관로에 빠진 20대 남성이 일주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15일 오후 1시경 경기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농수관로 공사현장에서 김모씨(22·파주시 아동동)가 경사 45도, 길이 50여m의 철제 농수관로에 빠져 있는 것을 고물수거상이 발견, 119에 신고해 구조됐다.

김씨는 8일 오후 평지의 농수관로(폭 80cm)에 30m가량 기어들어갔다가 갑자기 나타난 경사형 농수관로에 미끄러지면서 20여m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

그는 구조된 직후 구조대원에게 “값비싼 공구가 농수관로 안에 있다는 말을 듣고 꺼내러 들어갔다가 미끄러져 나오지 못했다”며 “수로관 안의 얼음조각을 먹으며 일주일을 견뎠다”고 말했다.

이 관로는 철도공사를 하면서 지하로 물길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땅속에 묻혀 있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고 철강제품이라 아래로 빠지면 혼자서는 나올 수 없다.

구조대원들은 구조 당시 김씨가 탈진해 제대로 서지도 못했으며 두 발에 동상이 심했고 신발까지 부풀어 터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 목이 터져라 ‘사람 살려’라고 외쳤으나 마을과 700여m 떨어진 외진 곳인 데다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라 인부들도 올 일이 없어 그동안 구조되지 못했다. 다행히 고물을 수거하러 인근을 지나던 고물수거상이 구조를 요청하는 김씨의 목소리를 듣고 신고했다.

김씨는 동상이 심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간단한 치료만 받고 16일 퇴원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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