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의대생 고학력 부모 비율, 평균보다 10%P 높아

  • 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20분


《1980년대 이래 서울대 법대와 의대 입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이 학교 다른 단과대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고학력계층 자녀들의 입학률 상승이 서울대 중에서도 인기학과에서 두드러진다는 뜻으로, ‘학력세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지난 34년간 사회대 입학생들의 자료를 토대로 고학력 고소득계층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태=본보 취재팀이 1980년 이후 아버지의 학력이 조사된 7개 연도의 서울대 법대, 의대 입학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고학력자인 학생의 비율이 서울대 전체 평균보다 최소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서울대 전체 입학생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의 아버지를 둔 학생들은 1980년 46%, 1993년 55.8%, 2003년 70.8%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 중 특히 법대의 경우 그 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법대는 1980년대 초반 고학력계층 입학생의 비율이 서울대 평균 수준을 약간 웃돌았었다. 1993년에는 오히려 평균보다 무려 30.5%포인트 낮은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래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아버지를 둔 입학생들이 80% 안팎에 이르고 있다.

의대의 경우 이런 현상은 지난 20여년 동안 독보적이었다. 1980년 의대 입학생 10명 중 7.5명이 아버지가 대졸 이상이었으며, 2000년 이후에는 10명 중 9명가량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다.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는 ‘2003년 신입생특성조사’에서 ‘의예과의 경우는 대학원 이상 학력을 지닌 아버지를 둔 신입생 비율이 42%로 서울대 평균 24.4%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입학생 어머니의 학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들 두 단과대 입학생은 경제력면에서도 다른 단과대에 비해 좋았다.

서울대가 학비부담자의 경제적 능력과 학비충족도, 장학금 필요 여부 등을 종합해 경제적 수준을 계량화한 ‘경제지수’에 따르면 1996년 이래 이들 두 단과대가 한 차례도 평균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특히 2003년에는 두 단과대 모두 16개 단과대 중 3위권 안에 들었다.

▼“평준화 실패” “구조적 문제” 엇갈린 진단▼

▽어떻게 봐야 하나=한편 이날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런 현상을 집중 토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이주호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에 교육불평등이 심화되고 가난한 수재가 성공하는 ‘코리안 드림’이 붕괴됐음을 의미한다”며 “평준화 제도가 학력은 높이지 못하고 불평등만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재욱 정책실장은 “소득격차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며, 그 원인을 평준화의 실패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창용 교수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이런 교육불평등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윤정일 교수는 “부모의 머리가 좋으면 자녀의 머리도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좋은 교육이 자녀에게 전해지는 세대간 효과도 매우 중요한데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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