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에이즈검사 많다…동의없이 건강검진 포함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19분


회사원 C씨는 지난해 인사팀장으로부터 건강검진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왔으므로 전직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정밀검사 결과 에이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동료들의 냉대를 참지 못해 사표를 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에는 C씨처럼 직장의 건강검진 때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와 고민하거나 혹시 에이즈 양성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병원이나 검진센터가 단체 건강검진 때 본인의 동의 없이 에이즈 검사를 하고 결과를 회사에 통보해 주는 관례 때문이다.

에이즈 관련 전문가들은 이 관례가 개인의 인격과 비밀을 침해하는 데다 현행법상 불법이므로 앞으로 소송사태의 불씨가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이 관례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7조의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위반시 병원과 회사 및 담당 직원은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에이즈 검사는 건강보험 항목에 들어 있지 않으며 노사가 협의해 검사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검진센터는 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민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

본보 취재 결과 K병원, S병원, H검진센터 등 서울시내 상당수 병원과 전문검진센터는 건강검진 때 보험항목 23개에 포함되지 않는 에이즈 검사를 하고 있었으며 동의를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은 회사에 검진 결과를 종합해 보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의대 오명돈(吳明燉) 교수는 “한국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사생활 침해가 심해 에이즈에 대한 비밀이 회사에 알려지는 것은 곧 개인의 사회적 죽음”이라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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