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자금 수사, 불법모금-개인流用 동시에 겨눈다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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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거자금 모금과 집행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일(金榮馹) 당시 사무총장이 5일 검찰에 재소환되면서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선거자금 외에 개인적 유용 등 사용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위한 치밀한 사전 공모가 있었는지 △한나라당 관련자들의 역할 분담과 구체적인 모금 실행 과정은 어떠했는지 △자금의 최종 사용처는 어디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금과 집행 과정에서 검찰이 특히 주시하는 부분은 일부 여야 의원들이 불법 대선자금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현재까지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개인적인 유용 혐의가 있다며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의원 소환을 계기로 대선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해당 정치인은 물론 정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수사가 본격화하면 정국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사용처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불법 모금 수사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모금과 사용처 수사를 병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을 총괄한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조만간 예정돼 있는 점도 사용처 수사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대선자금 수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노 후보 캠프측의 추가적인 불법 모금과 함께 개인적인 유용 등 사용처 수사가 중첩되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용처 수사의 경우 현역 의원의 차명계좌와 지구당의 선거자금 처리 현황 등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따라서 사용처 수사는 대선자금을 축재와 치부에 이용한 ‘악질 정치인’ 몇 명을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종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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