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산책/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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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 서서

2003년의 시작을 알리며 동해에서 솟아 오른 태양은 웅장하고 뜨거웠다. 태양의 열정은 파도처럼 철렁거렸다.

지난해 한일 월드컵과 대통령선거를 치르며 이 땅의 민초들은 화산처럼 거대한 힘을 뿜어낸 바 있다.

우리가 이룩한 이 위업과 선택을 과거 1987년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견해를 달리한다.

6월 항쟁은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일어났던 움직임이었으나, 지난해의 그것은 민주주의를 더욱 잘해보자는 성격의 운동이었다.

낡고 병든 사회를 청산하고, 참신한 기풍으로 젊고 건강한 민주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함성인 것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새 대통령도 탄생했다.

새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같은 간절한 욕구를 가장 잘 대변해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두가 나랏일이 잘돼 갈 것으로 믿었다.

세밑에 선 지금, 아쉽게도 한 해를 시작하며 피어올랐던 그 장엄하고 순수했던 열정을 우리의 얼굴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스산한 길거리에는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이웃의 모습만 눈에 띈다. 불꽃은 영영 사그라져 버리고 말 것인가.

우리는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본다.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라고 외친 영국 시인 쉘리의 말처럼 우리는 희망의 줄을 놓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이 땅의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으로, 그 존엄성이 보장되는 새 세상은 우리의 절실하고 끈질긴 노력에 달려 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일어서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변혁의 움직임을 완결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신 평 (대구카톨릭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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