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폭력서클이 ‘조폭 양성소’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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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폭력서클로부터 조직원을 공급받아 경기 부천 지역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한 ‘부천식구파’ 두목 등 조직원 54명이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김홍일·金洪一 부장검사)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와 합동으로 부천식구파 두목 김모씨(40)와 부두목 박모씨(33), 행동대장 이모씨(28) 등 31명을 범죄단체 구성, 살인 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행동대원급 조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20명을 지명수배했다.

▽지역 고교 폭력서클에서 조직원 공급받아 성장=부천식구파는 1991년 3월 조직원들의 구속 등으로 활동을 잠시 멈췄다가 1995년 출소한 김씨가 조직을 재정비하고 ‘부천삼거리파’를 흡수한 뒤 유흥가를 장악하는 등 조직원 70여명 규모의 부천지역 최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부천식구파는 이 지역 고등학교 연합 폭력서클인 ‘들국화파’와 ‘들쥐파’에서 활동하던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조직원으로 충원받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 조직은 들국화파와 들쥐파에 소속된 고등학교에 ‘총무’로 한 명씩을 지정해 이들을 통해 유흥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유흥업소 등에 취직을 알선했다.

부천식구파 조직원 중 행동대원급은 대부분 들쥐파와 들국화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가락 잘라 충성 맹세=부천식구파는 조직과 두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조직 이탈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응징을 했다.

행동대장 이씨 등 7명은 두목 김씨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표시로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의식을 하기도 했다. 일부 조직원은 반강제로 손가락을 자른 후 병원으로 달려가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손가락이 절단됐다.

반면 조직이탈자 2명에 대해서는 조직원 수십명이 이들이 잘 다니는 곳에 흉기를 들고 잠복해 있다가 살해를 기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조직원 3명이 다른 폭력배와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이자 다음날 부천시청 앞에 조직원 50∼60명을 야구방망이와 흉기, 일본도 등으로 무장해 집결시킨 후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권 챙기는 기업형 조폭=두목 김씨는 건설업체와 모 호텔 오락실을, 다른 조직원들은 유흥주점이나 사채업, 도박장, 보도방 등을 운영하며 합법을 가장했다. 조직의 간부급들은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지역유지로 행세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행동대장급 조직원들은 아파트 새시공사나 골프장 자판기사업, 부동산 경매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경비용역업체에 고용돼 2000∼2001년 경기 평택과 울산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김용화 수사부장은 “최근의 폭력조직은 이권정보 제공, 조직원 지원 등을 통해 연합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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