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마세요” 벼랑끝 개구리가 나를 깨우네…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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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이 무성한 호숫가에서 황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부리로 덥석 낚아챘다. 머리부터 통째로 삼키려는 순간, 개구리는 앞발을 뻗어 황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한 황새는 숨을 쉴 수도, 개구리를 삼킬 수도 없어 쩔쩔 매고 있다.

불경기와 청년실업 등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는 세밑,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황새와 개구리 그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림 위에는 영어로 ‘네버 에버 기브 업(Never 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라)’이라는 글이 씌어 있다.》

단순한 선으로 스케치한 이 그림을 인터넷에 올린 주인공은 익명의 재미동포. 언제 어느 사이트에 처음 띄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채 ‘개구리 한 마리 키우시죠’라는 소제목 아래 그림과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그는 “망한 식품점 하나를 인수해 온 식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1970년대 이민생활 초기에 이 그림을 붙여놓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며 “오래 전 누가 보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이 그림을 보며 내가 용기를 얻었듯이, 실의에 빠진 동포들을 격려하고 싶어 인터넷에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운명이란 투박한 손이 당신을 휘감아 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개구리의 용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뉴스형태로 가공해 띄우는 ‘도깨비뉴스(www.dkbnews.com)’ 게시판에 이 소식이 오르자 50여명의 네티즌들이 “남 이야기가 아니다” “힘든 시기에 희망이 생긴다” 등의 소감을 올렸다. 그의 글은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있으며 e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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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직한 동료로부터 이 글과 그림을 받았다는 이모씨(42)는 “고작 그림 한 장에 호들갑을 떤다고 하겠지만 그럴 정도로 요즘 우리들의 삶이 힘든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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