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農 ‘제사 투쟁’ 墓훼손 우발사태 우려

입력 2003-12-12 18:31수정 2009-09-2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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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지역구 의원들의 조상 묘소에서 제사를 지내는 자칭 ‘제사 투쟁’을 전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비준안이 통과될 경우 이에 찬성한 의원들의 조상 묘 훼손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대책마련을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제사 투쟁=최근 전농 게시판 투쟁속보란에 경남도연맹 사무처장 직무대행 명의로 ‘지역 출신 정부 고위관료, 국회의원들의 조상 산소를 파악하고 산소에서 치성을 드리라’는 지침이 13개 시군 농민회에 하달된 사실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11일 일부 시군 농민회에서 술과 음식을 준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 조상 묘소를 방문해 일명 ‘제사 투쟁’을 벌였다.

정현찬(鄭現贊) 전농 의장은 “제사 투쟁은 중앙지도부 지침은 아니나 지역 시군 단위에서 FTA 비준 저지를 위해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라며 “그러나 묘가 훼손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농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고위 관료의 조상 묘를 찾아가 향을 피우고 자식들이 매국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빈다. 그래도 강행할 경우 징치(懲治·사람을 징계해 다스림)한다” “애국의 길에서 보면 조상 묘를 파는 것은 멋진 아이디어” “비준안이 통과되면 인륜에 어긋나지만 혼령님께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와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전농은 현재 지역구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국회의원들에게 비준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대응=이에 따라 경찰청은 10, 11일 이틀 연속 전국 경찰서에 해당 지역구 의원의 지구당사를 방문해 조상 묘의 위치를 파악하고 묘지관리인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또 묘 훼손 등에 대비해 신고체계를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엄포용으로 보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측은 “조상 묘 방문, 훼손 등의 소문을 듣고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비준안에 반대하는 한 의원측도 “각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조상 묘에까지 가는 것은 인간적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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