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 말하지 그랬니” 중학생 홀어머니 시신 6개월간 보관

  • 입력 2003년 12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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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이 없는 중학생이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6개월 동안 집에 보관해 온 것을 최근 학교 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 이천시 모 중학교 학년부장 정모 교사(42·여)는 4일 오후 6시50분경 이 학교 학생인 S군의 집을 방문했다가 안방에서 S군의 어머니인 심모씨(45)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 교사는 경찰에서 "S군이 '엄마가 몇 달 전 가출했다'고 해 S군의 생활을 살펴보고 집안 청소도 해주기 위해 S군의 집에 갔다"며 "안방 문이 잠겨 있어 문을 따고 들어가니 침대 위에 시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잠자는 듯한 모습이었으며 피부는 대부분 부식돼 뼈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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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S군의 진술을 토대로 오래 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심씨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 6월 4일 오전 11시경 합병증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군의 담임교사는 "S군이 5월 28일부터 어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한다며 계속 조퇴를 하다 6월 9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달 19일 수소문 끝에 S군을 만나 학교에 나오도록 설득했고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잘 다녔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S군이 무단결석을 하자 수차례 S군을 찾아 나섰지만 3월 초 S군의 집이 이사한 데다 동사무소에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아 지난달까지 S군을 찾지 못했다.

S군은 경찰에서 "엄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있었다"며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보니 시신이 집에 있는 걸 알리지 않은 사실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숨기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S군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성적은 중위권을 유지해 왔다.

5년 전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S군은 어머니가 숨지자 기초생활보호 수급자에게 지원되는 10여만원의 수당과 아르바이트로 번 일당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이 2개인 13평짜리 셋방에서 혼자 생활하던 S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안방에 보관하고 자신은 난방이 안 되는 작은방에서 생활해 왔으며 집 주인이 가끔씩 김치 등 밑반찬을 갖다 줘 식사를 해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측은 결석일수가 많아 정상적으로 졸업하기 힘든 S군을 위해 겨울방학 동안 특별 보충수업을 할 예정이며 S군이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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