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특위 무산…충청권 흉흉한 분위기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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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 원내총무의 합의사항인 국회 신행정수도 건설 특위 구성안이 21일 의원들의 불참과 반대로 무산되자 충청권이 발끈하고 있다.

대전 충남 북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시 도의회, 각 시민단체들은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앞 다퉈 각종 회의와 집회를 갖고 있다.

3개 시 도의회 내에 구성된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대책 특위 위원장 3명은 25일 동료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까지 하며 분노의 감정을 나타냈다.

여성인 충남도의회 홍표근 의원도 이날 긴 머리를 삭둑 잘라 냈다.

청주시의회 소속 의원 28명 전원은 26일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하고 항의농성에 들어갔다.

충청권 주민들도 각 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와 표결에 참가하지 않은 충청권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에 "의원직에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응징하겠다"고 벼렀다.

최근 열린 한 시민단체의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할 경우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며 신당 창당론도 제기했다.

자치단체를 비롯해 의회, 각 시민단체가 잇따라 여는 회의 명칭도 '비상회의', '긴급회의', '비상시국회의' 등으로 분노의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충청권이 이처럼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서울과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특위를 무산시켰다고 판단하기 때문.

또 충청권 의원들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앞세워 국가의 천년대계를 저버린다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응이 자칫 '지역주의'로 비춰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다른 지역에서 충청권 이기주의로 비쳐지는 것"이라며 "분권과 분산이라는 대국적 차원에서 '충청권'이라는 말은 아예 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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