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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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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강남 학원 중에 월 10만원 밑으로 받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학원 원장)
24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강남 학원 특별단속반’이 내세운 수강료 징수 원칙에 학원 원장은 ‘월 20만, 30만원씩 받는 것도 고액과외냐’며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속반은 당초 1인당 200만원 이상의 개인 고액과외를 하거나 오후 10시 이후에도 강의하는 곳, 미신고 개인과외 교습소 등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막상 단속이 시작되자 수강료 초과 징수, 등록증 게재, 직원명부 비치, 시설 무단변경 여부 등 언제든 ‘걸면 걸리는’ 기술적인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5일 발표한 단속실적 자료에도 238건 중 고액과외 적발은 1건에 불과했다. 결국 이번 집중 단속은 하루 만에 불법, 탈법과외 적발에서 ‘학원에 대한 일반적 행정지도’로 퇴색한 느낌이다.
한 단속반원은 “고액과외나 연장수업 여부를 파헤치기는 사실 힘들다”고 털어놨다. 특별한 정보나 제보를 가지고 단속 대상 학원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전단지를 많이 뿌린 대치동 학원 가운데 무작위로 단속 대상을 골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4일 밤에는 광고 전단만 믿은 단속반이 12월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신생학원에 들러 이른바 ‘행정지도’를 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단속에 걸린 학원 원장들은 “단속 공고가 나오자마자 초고액 과외를 하는 과외방과 학원들은 단축수업을 하거나 이중장부 기입을 마쳤다고 들었다”면서 “왜 우리만 희생양이 돼야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들은 또 “학부모들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해 과외방에서 고액과외와 야간 변칙수업을 하는 것은 못 찾아내면서 이름이 알려진 만만한 학원들을 상대로만 단속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이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액과외나 현직교사 불법과외의 경우 제보자가 있으면 적발자와 제보자가 2분의 1씩 보상금을 나눈다’는 ‘세부 기준’까지 마련해 의욕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버거운 서민들은 이번 단속에 일말의 기대마저 걸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마치 경찰의 퇴폐유흥업소 단속처럼, 학원을 무작정 ‘예비 범법집단’으로 낙인찍고 실적 사냥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무엇을 위한, 또 누구를 위한 학원 단속인가.
조인직 사회1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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