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의 나무’ 고사…人災? 天災?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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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나무’로 명명된 수령 250년 된 적송(赤松)이 이식된 지 4개월만에 고사해 그 원인을 놓고 조경업체와 환경단체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소나무는 부산 기장군 정관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직업학교에서 7월 17일 울산문화예술회관(남구 달동)으로 이식됐다. 부산직업학교는 당초 도로확장부지에 편입돼 잘라내야 할 위기에 처한 이 소나무를 부산시에 기증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너무 크고 무게가 나간다는 이유로 이 소나무의 인수를 포기해 울산문화예술회관이 넘겨받았다.

키 20여m에 허리둘레가 직경 90cm인 이 소나무는 문화예술회관으로부터 1700만원에 용역을 맡은 울산의 A조경업체가 4시간(평소 한시간 소요)만에 이식했다.

시는 이 소나무가 크고 수관(樹冠·나뭇가지) 폭도 넓어 2001년 문수체육공원 광장에 심은 소나무보다 아름답다며 이식 9일 뒤인 7월 25일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의 나무’ 명명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소나무는 이식 직후부터 말라죽기 시작하다 이달 초부터 나뭇잎이 누렇게 변하고 가지도 대부분 말라죽었다.

이식을 담당했던 A사 염모 대표는 고사 원인에 대해 “이식을 위한 ‘뿌리돌림’ 등 준비과정이 짧았고 이식 2개월만에 불어닥친 태풍 ‘매미’로 인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며 ‘천재지변’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인 (사)울산생명의 숲은 최근 펴낸 ‘울산의 노거수(老巨樹)’라는 책에서 “뿌리가 자리잡은 공간이 수관 폭보다 좁은데다 이식과정에서 쇠줄로 가지를 무리하게 묶었기 때문”이라며 고사원인이 ‘인재’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회관측은 17일 ‘울산의 나무’가 더 이상 회생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나무를 뽑아낸 뒤 다른 나무를 심을 방침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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