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해남은 '겨울진객' 가창오리떼와 전쟁중

  • 입력 2003년 11월 1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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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객(珍客)인가, 말썽꾸러기인가’

전남 해남군 고천암 간척지의 ‘겨울 진객’으로 대접받던 가창오리떼가 올해는 한달 여 앞당겨 찾아와 수확을 앞둔 곡식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농민들에게 ‘미운 오리떼’ 취급을 받고 있다.

해남군 마산면, 화산면 주민들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고천암과 영암호 간척지 곡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가창오리떼가 최근 날씨 변화로 겨울철이 아닌 가을에 날아들어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남군과 농민들은 환경부에 건의해 생물종 다양성 관리계약을 체결, 벼논에 물대기를 하고 벼 수확을 포기한 채 먹잇감을 남겨주는 등 철새 보호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주위 환경 변화와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이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창오리떼가 찾아와 수확하지 않은 벼들을 먹어 치우는 통에 농민들이 새떼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말 마산면 당두리 뜬섬 일대에 날아 든 가창오리떼는 5만여마리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10만여마리로 늘어 벼논 수만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농민들은 밤낮으로 수확을 서두르고 공포탄을 쏘는 등 새떼를 막아내고 있으나 워낙 많은 숫자여서 역부족이라며 당국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마산면 박태식씨(45)는 “벼논 8만여평 중 3만평을 철새떼가 망쳐 놔 수확을 하지 못했다”며 “뜬섬 주변 다른 농민들도 30∼40% 가량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수확기에 철새를 쫓기 위해 공포탄을 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숫자가 워낙 많아 소용이 없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피해 보상 등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새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환경단체들도 “농가와 철새보호를 위해 현재의 생물종 다양성 관리계약의 방법을 논물대기와 벼 존치방법에서 피해 농가 보상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현재 군에 신고된 농작물 피해가 18건에 이른다”면서 “철새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는 현지 조사 후 피해 보상이나 관리계약 면적 확대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해남=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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