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對 검찰 특검법 갈등고조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4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법안을 둘러싸고 야당과 검찰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야당은 특검법안 통과에 검찰이 반발하고 나서자 ‘이 나라가 검찰공화국이냐’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검찰이 특검법안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특검을 자초한 검찰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또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는 특검법안에 반대하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의 해임건의까지 거론하며 노 대통령과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특검법안 통과에 대해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1일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역공을 펴 검찰과 야당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당무회의를 주재 중인 민주당 박상천 대표, 점심식사를 마치고 검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는 송광수 검찰총장(왼쪽부터). -서영수기자

▽“검찰 월권 용납할 수 없다”=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각종 제보를 축적하면서 결정적인 시기에 이를 근거로 특검 수사를 관철시킨다는 전략이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3개팀이 구성돼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인 최도술(崔導術) 양길승(梁吉承) 이광재(李光宰)씨 관련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는 지난주부터 이들 사건의 제보가 집중되고 있다. 한 주요 당직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끝난 일부 제보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제보를 하나씩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신빙성 높은 제보’를 근거로 특검 수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선자금 비리에 대해선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11일 “검찰 수사가 공평하면 정의이지만 공평하지 않으면 권력의 칼”이라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도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비치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도 검찰의 수사 미진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 움직임을 맹렬히 비난했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이 권한쟁의 심판 청구 운운하는 것은 3권 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도 “대선 후 대통령 측근이 돈을 받았다면 권력형 비리가 분명한데도 검찰은 개인비리로 몰고 갔다”며 “검찰은 특검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자 최도술씨와 양씨 관련 추가 의혹을 밝히는 등 뒷북을 쳤다”고 주장했다.

▽“특검법안 거부권 염두에 안 둔다”=최 대표는 11일 “노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거부할 경우 복안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정해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발언은 국회에서 법안 재의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폭발력 있는 제보를 폭로해 노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면서 법안 재의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복안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요 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절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검법은 검찰 수사권 박탈”=검찰은 11일 “특검법 통과는 수사권의 제약을 넘어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야당에 대해 공세의 날을 세웠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이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특검의 정당성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도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 등에 검찰이 강한 의지를 갖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특검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억울한 면이 많다”고 야당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칫 강경 대응이 국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운 기색이다.

문 수사기획관이 이날 간담회에서 “국회 입법권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하며 검찰이 정치권에 대립각을 세운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는 국회를 무시하기 위한 감정적 대응 차원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검찰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당사자 적격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을 대신해 법무부 장관이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盧대통령 측근 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야당과 검찰 입장
쟁점한나라당-민주당법무부-검찰
검찰수사의 독립성노무현 대통령 측근(최도술 양길승이광재씨)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의혹남겨둔 채 사실상 중단 또는 종결 상태최도술 양길승씨 사건 수사 진행 중.이광재씨 사건 수사했으나 혐의 없음
권력분립의 원칙행정부의 수장인 노 대통령이 지난해대선 공약으로 5년간 한시적 특검상설화 제시. 입법부(국회)의 행정부견제 차원에서 특검 도입입법부가 정치적인 논리로 특검 추진, 행정부의 권한인 수사권 침해
특검의 성격최고 권력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검찰보다 특검 담당이 합리적특검은 검찰의 수사 회피나 미진에 대한 보완 역할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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