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혈액으로 성인 백혈병도 치료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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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을 이용해 성인 백혈병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 열렸다. 29일 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인 세포응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가톨릭대 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오일환 교수(사진)팀이 탯줄혈액(제대혈)으로 성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대혈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갖고 있어 백혈병 등 혈액질환과 악성종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용한 재료로 인식돼 왔다. 골수를 이식하는 경우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훨씬 적다는 게 장점. 하지만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탯줄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조혈모세포는 2억∼3억개다. 성인에게 이식하려면 최소 4억개가 필요하다. 따라서 제대혈은 주로 체중 30kg 이하인 소아환자에게만 활용돼 왔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2개의 탯줄에서 얻은 혈액을 혼합함으로써 부족난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두 종류의 혈액세포가 서로 싸워서 하나만 살아남는 결과가 반복됐다.

오 교수팀은 탯줄에서 조혈모세포의 어머니격인 중간엽줄기세포로부터 해결점을 찾았다.

2개의 탯줄에서 얻은 조혈모세포에 중간엽줄기세포를 섞었다. 이를 면역력을 떨어뜨린 생쥐에 이식하자 두 혈액이 싸우지 않고 공존했다. 어머니가 배다른 자식들의 다툼을 화해시킨 셈이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의 전문학술지 ‘블러드(Blood)’에 게재될 예정”이라며 “현재 가톨릭대 성모병원에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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