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자전거 통근운동 펼치는 강호익 교통연구원장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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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용 스포츠웨어를 입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제일교통연구원 강호익 원장. 그는 매일 23km 남짓한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 전도사’다. -전영한기자
사이클용 스포츠웨어를 입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제일교통연구원 강호익 원장. 그는 매일 23km 남짓한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 전도사’다. -전영한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까지 23km 남짓한 도로. 출퇴근 시간마다 주차장으로 변하는 통에 직장인들이 진저리를 치는 이 구간에 대해 교통 전문가라면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제일교통연구원 강호익(姜鎬益·57) 원장은 자전거 1대로 문제를 가뿐히 해결했다. 강 원장은 매일 자전거로 분당 수내동 자신의 집에서 양재동 사무실까지 출퇴근한다. 평균 속도 18km로 걸리는 시간은 편도 70분. 9월 말 분당에서 서울의 탄천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정식 개통되면서 그의 출퇴근길은 조금 더 편해졌다.

“사무실 바로 앞의 신호등 하나만 빼면 한 번도 쉬지 않고 페달을 밟을 수 있어요. 이 구간에서 신호에 걸리느냐 아니냐가 매일 아침 출근길의 최대 관심사죠. 풀냄새 맡으면서 새벽길을 달리면 인생의 맛이 달라진다니까요.”

몸에 착 달라붙는 사이클용 스포츠웨어에 고글형 선글라스까지 쓴 그의 모습은 막 사이클 트랙에서 나온 선수 같았다.

알고 보니 그는 자전거 외에도 스노보드처럼 속도감 나는 각종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광이다. 학창 시절 시작한 복싱과 태권도, 검도는 물론이고 1970년대 해외근무를 하며 배운 카 레이싱까지….

부부가 함께 5년간 배운 스포츠댄스 실력도 상당한 수준. 리키 마틴의 음악에 맞춰 선보인 살사댄스는 해외 세미나 만찬 무대에서 그를 ‘스타’로 만들기도 했단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바닥에 일렬로 세워놓은 컵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는 기교까지 부릴 수 있다. 집 앞 공원의 젊은이들을 모아 인라인 하키팀을 구성하고 인라인 하키협회와 전국 대회까지 결성했다니 열정도 남다른 듯했다.

“공원에서 청년들과 인라인 하키 연습을 하다 코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어요.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며 단합대회에도 많이 따라다녔고요. 최고령자였지만 함께 어울리는 데는 문제가 없더군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거든요.”

단지 운동이 좋아서 자전거를 통행수단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강 원장은 수십년간 국내외 도로사정을 연구해 온 교통공학박사로서 한국의 교통체증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비동력 통행수단을 일상생활로 끌어들이자는 것이 그가 제안하는 해결 방안 중 한 가지다.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은 독일이나 일본이 모두 25%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1%밖에 안돼요. 자전거 보유율도 16% 수준으로 일본(57%), 덴마크(98%) 등에 비해 턱없이 낮죠. 미국의 경우는 지역지도마다 자전거도로가 명시돼 있을 정도예요. 여건만 갖춰지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지휘하는 연구팀은 지난해 초 시작한 ‘서울시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 5개년 계획’ 프로젝트를 최근 마무리했다. 강 원장은 “자전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심포지엄 추진, 도로 상태와 네트워크 정비 등에도 나설 것”이라며 ‘자전거 전도사’다운 계획을 밝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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