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반자살로 숨진 김지인양 시집 나와

  • 입력 2003년 10월 12일 21시 10분


‘별아 별아 넌 숨지도 못하지? 초롱초롱 하얀 눈땜에 숨지도 못하지?’

얼룩진 사회가 빚어낸 어린 두 천사의 슬픈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돼 화제다.

지난 6월23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서 생활고를 겪던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 동반자살하면서 짧은 생을 마감한 김지인양(11·태안초 5년)의 동시집 ‘꽃도 눈물을 흘린다’(오늘의 문학사).

이 책은 김 양의 어머니 김모씨(35)가 두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큰 딸 김 양의 일기로 만들어졌다. 일기는 단순히 아이의 낙서로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한 감성을 듬뿍 담고있다는 평.

134쪽 분량으로 출간된 이 동시집에는 △‘별’, ‘동생’ 등 동시 50편과 △‘배드민턴’, ‘칼국수가 먹고 싶은 날’ 등 일기 20편 △남편과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어머니의 애절한 사연 17편 등이 실려 있다.

책을 출간하는데 도움을 준 태안군 최장희 목사(46·시인)는 “김 양의 가족은 주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 가정이었으나 아버지가 실직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 책은 비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뼛속까지 스미는 슬픔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두 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며 “하늘나라에서 두 딸을 만났을 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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