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대령진급에 수천만원 상납" 파문

  • 입력 2003년 10월 6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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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해군 고위 관계자들의 각종 인사비리 의혹을 제기한 문건이 최근 군 내부에서 떠돌아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본보가 입수한 ‘해군의 심각한 인사비리 실태’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전현직 해군 고위관계자들의 특정지역 편중인사 실태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나열하는 한편 과거 해군 내부의 진급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의혹과 정황을 상세히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지역 출신의 전 해군 고위 관계자의 경우 후배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을 계급별 진급 창구로 활용, 가차명 계좌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일삼았다고 문건에 적혀있다.

문건은 또 고위 지휘관의 부하장교인 A씨의 경우 진급 가능성이 있는 후보 장교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진급 브로커 역할을 했고, 한 영관급 장교의 친인척들은 대표적인 진급 창구로서 다수의 인사 청탁을 성공시켜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품수수 의혹=일부 진급 과정에선 계급에 따라 6000만원에서 억대의 뇌물이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문건은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진급 청탁료와 관련, 문건은 대령의 경우 6000만∼8000만원이 들어가며 이 중 2000만∼3000만원은 진급심사 예상자들에게 향응 및 금품으로 사용되고 4000만∼5000만원은 인사결정권자에게 상납해야 한다는 얘기가 군내에 널리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영관급 장교인 S씨의 경우 장성 진급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진급 대상자를 찾아가 “누구는 심사위원이 될 것이니 찾아가서 인사하고 누구는 안 될 것이니 찾아가지 말라”고 알려줄 정도로 인사기강을 문란하게 했다고 문건은 지적했다.

능력이나 서열과는 무관하게 특정지역 출신들이 대거 요직으로 진출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진급창구 역할을 한 K씨와 S씨 등 10여명의 현역 장성 및 영관급 장교들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명돼 있다.

▽편중인사=문건은 또 최근 3, 4년간 단행된 해군 인사자료를 분석해 특정지역 출신에 대한 편중인사 실태를 고발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A장군, B장군 등 몇몇 인사의 경우 금품이나 K씨, H씨 등 정치권 핵심 실세를 통해 진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특정인물에 대한 진급 특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병과별 진급자를 편법으로 조정하는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문건은 최근 몇 년간 편중인사와 금품수수 로비 등을 통한 무원칙한 인사비리로 인해 해군 내에서 근무의욕 박탈과 도덕적 해이 현상이 초래됐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과거 인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인사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이 정부 고위 사정기관에도 제보됐으며 구체적인 내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문건 내용을 감안할 때 진위를 떠나 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내용은 그간 소문으로 떠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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