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 환경주의자’ 저자 비외른 롬보르 인터뷰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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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국립환경평가연구소의 회의실에서 대담 중인 비외른 롬보르 소장(오른쪽)과 홍욱희 소장. -사진제공 홍욱희 소장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국립환경평가연구소의 회의실에서 대담 중인 비외른 롬보르 소장(오른쪽)과 홍욱희 소장. -사진제공 홍욱희 소장
환경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8월 말 국내에 번역 출간된 후 학계,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회의적…’은 덴마크 오르후스대 정치학과에서 통계학을 가르치던 비외른 롬보르(39)가 200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출간한 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

저자는 이 책에서 환경단체와 과학자들, 언론이 퍼뜨려온 근거 없는 ‘환경위기론’ 때문에 보건 의료 교육 등에 쓰여야 할 재원이 환경보호에 지나치게 투자되는 바람에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일 뿐만 아니라 환경 선진국인 유럽의 환경정책이 보수 쪽으로 선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롬보르는 2002년 6월부터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국립환경평가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을 번역했던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48·환경학 박사)이 지난달 26일 이 연구소를 찾아 롬보르 소장과 나눈 대담 내용을 기고했다.

▽홍=환경 관련 경력이 없는데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어 놀랐다. 덴마크 정부의 보수성과 관련이 있는가.

▽롬보르=현재 덴마크는 보수당과 자유당이 연합해 통치하고 있지만 과거 정권과 비교해 상당히 우파적이다. 책의 발간이 소장을 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홍=당신은 ‘교토의정서’에 회의적 의견을 피력했지만 올해 여름 유럽은 사상 최대의 혹서(酷暑)를 경험했고 그 때문에 수천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고 있는 게 아닌가.

▽롬보르=지구온난화가 작년 여름에는 대홍수를, 그리고 올해에는 혹서를 불러와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면 겨울철 동사자의 수가 줄었다는 증거도 반드시 함께 제시해야 한다.

기상이변에 대해 ‘교토의정서’는 가장 비싼 대책일 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오히려 하천 상류에 습지를 보전해 홍수 발생 시 물을 가두게 한다든지, 여름 혹서에 대비해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린다든지 하는 다른 유용한 방법들이 많이 있다.

▽홍=한국은 불과 30∼40년 만에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탈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진입에 성공한 나라다. 하지만 그런 압축적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많은 환경 문제를 낳았다. 아직도 정부의 환경정책이 경제정책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 책의 발간에 대해 한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롬보르=런던 시민들이 대기오염의 피해를 절감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은 400년간 경제 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이후였다. 한국의 경우 그 10분의 1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룩했으므로 한국인들은 과거 자신들이 경제발전만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식의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홍=서구 선진국들의 환경정책이 상당히 유연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롬보르=서구 사회에서는 이제 환경 문제가 여러 사회 문제들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가 이제 대부분 해결됐기 때문에 시민들이 보다 냉정하게 환경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홍=1월 덴마크 정부 산하의 ‘과학적 부정직성 검토위원회’가 당신의 책에 대해 ‘바람직한 과학저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평결을 내렸다.

▽롬보르=그 평결은 정치적 결정에 가까웠다. 일단의 덴마크 법학교수들이 그 평결에 대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새로운 평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검토위원회가 곧 새로운 평결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 책에 덴마크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내가 공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교토의정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수준보다 일정 비율 이상 줄일 것을 규정. 러시아 중국 EU 등이 비준했다.

대담=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정리=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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