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강연 취소-번복 해프닝

  • 입력 2003년 9월 30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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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방한(訪韓)과 특강을 추진한 단체가 그의 친북 행적이 드러남에 따라 강연을 취소했다 다시 번복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송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와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공동 주최로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에서 기조 강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박형규 목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송 교수에 대한 정부 당국의 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송 교수의 논문을 본인이 직접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오늘 오전에 송 교수의 변호인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으니 양해해 달라'는 연락을 해왔다"며 송 교수의 회의 불참은 본인이 내린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야 송 교수의 불참 소식을 공식 통보받은 학단협측은 공동대표인 안병욱(安秉旭) 가톨릭대 역사학과 교수가 인사말을 대신해 낭독한 성명서에서 "송 교수의 과거 행적이 문제되자 기념사업회측이 기조 발제를 취소시킨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념사업회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학단협측은 "사업회가 준(準) 국가기관으로 정부의 예산에 의존하고 있고 송 교수의 초청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념사업회를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송 교수의 실정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그에게 의뢰했던 기조 발제는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에 이어 발표하기로 돼 있던 김세균(金世均)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설사 실정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송 교수는 이미 37년간 추방령이라는 최고 형벌을 살았다"며 "사업회가 송 교수의 귀국을 종용해 놓고 발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표를 할 수 없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손호철(孫浩哲) 서강대 정외과 교수도 발표 시작 전 낭독한 개인 성명서에서 "송 교수가 과거 행적에 대해 정확히 해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그러나 학문적 견해는 존중돼야 한다"고 항의의 뜻을 표했다.

교수들의 반발로 심포지엄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기념사업회는 송 교수의 기조 강연 취소 결정을 번복하고 이날 오후 5시반 폐막 연설자로 송 교수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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