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실종… 결국 폭행사태로

  • 입력 2003년 9월 8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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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원전수거물 처리센터 유치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 주민들이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에서 김종규 부안군수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한 후 경찰이 사찰 내로 진입하려 하자 스님이 막고 있다.[부안=연합]
8일 원전수거물 처리센터 유치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 주민들이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에서 김종규 부안군수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한 후 경찰이 사찰 내로 진입하려 하자 스님이 막고 있다.[부안=연합]
8일 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에서 발생한 부안 주민들의 김종규(金宗奎) 부안군수 감금 폭행 사건으로 두 달 가까이 계속돼 온 원전 수거물 처리센터(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치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부안군 위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둘러싸고 계속돼 온 반대 주민들과 정부 및 부안군간의 심각한 갈등 양상이 이날 사태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김 군수 감금 폭행 파장=이날 주민들의 과격 행동으로 주민들과 당국간의 불신이 더욱 깊어져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군수가 이날 사찰 내에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흥분한 일부 주민이 “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하니 나가라”면서 집단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또 경찰이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힘에 따라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 등 강경파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 관계자가 이날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김 군수가 자초한 일”이라며 “정부가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원전센터사업을 밀어붙이면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치에 극렬히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앞으로의 상황을 절망적으로 보고 돌발적인 과격 행동을 계속할 수도 있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는 예측불허의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대책위는 일단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치 철회 후 원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치중해 양측이 근본적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책위측은 지난달 하순부터 고속도로 점거와 등교 거부, 관공서 습격 등 과격 시위로 전환했고 급기야 군수를 감금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가 시간이 지나면 강경 분위기가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주장이 정부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반발해 왔다.

지난달 25일 2학기 개학 이후 계속돼 온 등교 거부가 교육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경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8일 현재 26개 초등학교 가운데 18곳이 휴교 중이며 나머지 학교도 대부분 정상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중고교도 3학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업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부안교육청과 하서면사무소 등 관공서가 복면을 쓴 사람들에게 습격당해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대책위측도 “핵폐기장 신청을 즉각 철회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다. 철회 이외에는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없다”며 여전히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확정 발표 후 주민 설득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데다 지원 방안에 부처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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