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예·체능교육 기술보다 감각을 키워주자

  • 입력 2003년 9월 1일 16시 50분


음악교육은 아이의 나이에 맞는 악기를 골라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어린이들.동아일보 자료사진
음악교육은 아이의 나이에 맞는 악기를 골라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어린이들.동아일보 자료사진
《올 세살인 나현은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집이나 놀이방에서는 물론 기차 안에서도 나현은 스케치북에 가족들의 얼굴을 가득 그린다. 언젠가 개미가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본 나현은 가로로 길게 선 하나를 그은 뒤 그 위에 세로로 사선을 이어 그리고 ‘개미’라고 말했다. 나현은 지난 두 달반 동안 색칠공부, 스티커 붙이기 등 모두 4권이나 되는 미술책을 마쳤을 정도.어머니 진성의씨(30·경기 수원시)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현에게 미술공부를 시킬지 고민이다. 독특한 그림을 그리며 개성를 맘껏 발휘하던 아이들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부터 누구나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일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현은 일주일에 한 번 방문지도교사와 함께 나무 쌓기를 비롯해 그림그리기 등 교육을 받고 있다.》

진씨는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좀 더 자라면 전문 강사가 소그룹으로 지도하는 학원에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예체능 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가 드물 만큼 부모들이 예체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체능 교육은 단순히 특정 분야에 능숙하게 훈련하기보다는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력을 기름으로써 조화롭게 성장하는 밑거름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음악교육=보통 만 3세부터 본격적인 음악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악기 교육에는 적령기가 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만 4세 이상이 적합하다. 긴 호흡이 필요한 관악기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개인별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악기를 선택할 때는 아이의 관심도를 비롯해 성격 및 특성을 잘 살펴 전문가와 상담해 신중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유아기의 음악교육은 감각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래야 예술을 이해하는 기초가 다져진다.

학원을 고를 때는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유아음악을 전공한 교사에게 지도받는 것이 좋으며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을 소그룹으로 지도하는 곳을 선택하되 1년 정도는 꾸준히 교육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

숙명여대 음악교육대학원 달크로즈유리드믹스 인스티튜트 문연경 주임교수는 “유아음악은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며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교육하다 능력이 돋보이면 지속적인 음악교육으로 재능을 계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체육교육=부모들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유아기나 아동기에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몇 가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좋아하거나 잘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가 관심이 부족하거나 싫어하는 운동이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모가 함께 운동하도록 한다.

최근 1대1 혹은 그룹 형태로 체육 교육을 받는 아이가 있는데 1대1 교육은 운동 기술을 정확하게 배울 수 있고 부상 위험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사회성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먼저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 자격을 갖춘 유아체육 교사가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적당한 공간에서 적정 인원의 아이들을 지도하는지 점검한다. 체육 교구들이 아이에게 적합한지도 점검해야 할 부분.

이희선 한국유아체육협회장은 “달리고 던지고 미끄러지는 등 몸의 움직임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본성을 잘 살려주는 것이 성공적인 유아체육”이라며 “운동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생각보다는 아이가 건강과 함께 사회성, 표현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믿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술교육=만 3세를 전후해 아이들은 원, 직선 등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스케치북 등 아이들이 충분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그린 그림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내용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일수록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재료의 질감을 느끼고 아이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

색종이, 사인펜, 색연필, 고무찰흙 등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을 만드는 것도 좋다. 도화지 한쪽에만 물감을 짠 뒤 반으로 접어 무늬를 만들어 보는 데칼코마니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놀이 중 하나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관람하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이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

학원을 선택할 때는 되도록이면 유아미술을 공부한 강사가 5명 안팎의 아이들의 지도하는 곳이 좋다. 그림 그리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상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곳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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